개인회생 역대 최다신청
개인회생 올해 10만건 돌파한다…가계금융 '빨간불'
11월말 현재 9만6천건…대출 부담 '눈덩이'에 취약계층 고통 커져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올해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민행복기금 신청은 한 달 사이에 1만7천건이나 늘었다. 대출 연체율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빚 부담이 늘면서 서민 가계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특히 급속히 늘고 있는 제2금융권 대출이 '빚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회생·국민행복기금 신청 급증…대출 연체율도 상승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말까지 전국 법원이 개인회생 신청을 접수한 건수는 9만6천412건으로, 2012년 1년 간의 9만368건을 이미 추월했다.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04년 9천63건, 2005년 4만8천541건, 2006년 5만6천155건으로 늘었다가 2007년 5만1천416건, 2008년 4만7천874건으로 줄었다.
이후 2009년 5만4천605건, 2010년 4만6천972건, 2011년 6만5천171건을 기록했고, 올해 처음으로 10만건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파탄에 직면한 개인채무자의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으로부터 구해주는 제도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이 올해 급증한 것은 그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는 국민이 늘었다는 뜻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 서민지원 공약인 국민행복기금 신청도 많아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11월말까지 채무조정 신청 접수를 한 결과 모두 26만4천명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23만2천명에 대해 지원을 확정했다.
11월 한 달 사이에 신청자는 1만7천명, 지원 확정자는 1만8천명 늘었다.
빚이 늘어나면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져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도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1.10%로, 10월말(1.07%), 9월말(1.00%)보다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11월 말 0.87%) 역시 상승세다. 10월말에는 0.86%, 9월 말에는 0.85%였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생활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 저신용 계층의 비은행권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 가계금융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2금융권 대출 증가…美 QE 축소로 금리 오르면 부담 커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9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가계신용)는 991조7천억원으로, 올해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금융부채 증가율보다 소득 증가율이 낮아 빚 갚는 부담이 커졌다.
금융부채는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7.7% 증가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4.9% 증가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17.2%에서 19.5%로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올해 6월말 현재 137%에 이른다.
특히 은행보다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울 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2금융권 대출은 금리가 높아 이용자들이 '빚 더미'에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5조5천만원 증가했지만 상호금융, 보험, 증권사, 대부업체 등 비은행 금융사는 26조5천억원이나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 금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46.0%에서 2013년 9월말 49.6%로 확대됐다.
제2금융권의 대출 연체율은 2010년부터 상승세가 지속,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2010년말 10.6%에서 올해 9월말 15.9%로 상승했다.
정희수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전월세 보증금, 생활비 마련 등으로 인해 부채가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적완화(QE) 축소로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빚 갚는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
◇고령층·여성가구주 등 '취약계층' 고통 커져
가계금융이 나빠지면 당사자 개인이 고통받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계금융 불안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가계의 소득 감소를 초래해 소비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가계 실질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4.6%, 3.6%, 0.3%, 1.3%를 나타냈지만, 실질소비 증가율은 각각 -0.7%, -0.3%, -2.4%, -0.4%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런 소비성향 하락의 원인으로 고령화 심화, 일자리 불안정성, 소득분배 악화, 전세값 상승 등을 꼽았다.
특히 고령화 심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층 비중은 급속히 커지고 있는데 노후 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다.
소득분배가 악화했다고는 하지만 소득격차가 커진 것은 아니다.
소득 분포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8년 0.314에서 2012년 0.307로 낮아졌고 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 비율)은 같은 기간 5.7배에서 5.5배로 떨어졌다.
문제는 소득격차 완화가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서가 아닌, 고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크게 낮아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최근 고령층, 여성가구주 등 소위 취약계층 내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다른 연령층의 지니계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은 2008년 0.397에서 2012년 0.409로 높아졌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경제 능력을 상실하거나 취업기회가 제한된 여성가구주들은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분배를 비교적 균등하게 이뤄야 사회적 혼란을 막고 장기적으로 성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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